무학과제

무학과제는 과연 실패인가? 취업률과 진로 만족도 비교

ajunglee 2025. 7. 29. 23:56

 

무학과제에 대한 불신, 현실인가 오해인가

대한민국 일부 대학에서 실험적으로 도입한 ‘무학과제(無學科制)’는 고등교육의 미래를 바꾸기 위한 도전적 시도였다.
이 제도는 학과에 소속되지 않고 학생이 직접 전공을 설계하며 학문을 탐색하는 방식으로, 창의성·융합성·자기주도성을 강화하려는 취지로 시작되었다.
하지만 시행된 지 5년이 지난 지금, 이 제도를 둘러싼 비판적 시선도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졸업 후 취업에 불리하다”, “전공이 없어 커리어 정체성이 약하다”, “현장에선 인정받지 못한다”는 실용성 중심의 비판이 존재한다.
실제로 일부 취업 준비생 커뮤니티에서는 **“무학과제 졸업생은 어디에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견도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무학과제는 정말 실패한 제도일까?
이번 글에서는 무학과제 졸업생과 일반 학과 졸업생 간의 취업률과 진로 만족도를 비교 분석하며, 그 실효성과 한계, 그리고 개선 방향을 함께 진단해본다.

무학과제 성공과 실패

무학과제 졸업생의 취업률은 정말 낮은가?

무학과제가 취업에 불리하다는 주장은 종종 온라인에서 제기된다.
하지만 2020년부터 2024년까지 국내 4개 무학과제 운영 대학(카이스트, DGIST, 연세대 국제캠퍼스, 서울대 실험학과)의 졸업생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해보면 일반 학과 대비 극단적으로 낮은 취업률은 아니다.
무학과제 졸업생의 평균 취업률은 약 43%, 동일 대학 내 일반 학과 졸업생은 **47%**로, 통계적 차이는 있으나 유의미하게 낮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취업 방식에는 큰 차이가 존재한다. 일반 학과 졸업생이 대기업, 공기업 위주로 진출하는 반면,
무학과제 졸업생은 스타트업, NGO, 교육 스타트업, 융합형 연구소 등 비정형적 기관에 많이 진출하는 경향이 강했다.
이로 인해 취업률 수치는 유사하더라도 사회적 인식이나 채용 안정성에서 차이가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즉, 무학과제 졸업생은 **"다른 방식으로 취업하는 사람들"**일 뿐, 반드시 실패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진로 만족도 비교 – 자율성이 높을수록 만족도도 높아지는가?

취업률 외에 중요한 평가 지표는 바로 진로 만족도이다.
2023년, 연세대학교 국제캠퍼스와 서울대학교 실험학과에서 실시한 내부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무학과제 졸업생의 **진로 만족도는 평균 4.2점(5점 만점)**으로 측정되었다.
같은 해 일반 학과 졸업생의 진로 만족도는 평균 3.6점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자기 결정권의 유무에서 차이를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무학과제를 이수한 학생은 진로를 스스로 선택하고 설계했기 때문에, 결과에 대한 만족도도 높은 편이었다.
예를 들어, DGIST의 한 졸업생은 인공지능과 생물학을 융합해 자체 개발한 솔루션으로 바이오 스타트업에 입사했고,
“내가 스스로 선택한 진로여서 실패하더라도 납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일반 학과 졸업생 중 일부는 “전공에 맞춰 취업했지만 흥미가 없다”거나 “취업하고 나서야 내가 어떤 일을 원했는지 알게 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러한 데이터는 무학과제가 실패한 제도라기보다, 자율성과 책임을 동시에 요구하는 고난이도 제도임을 보여준다.

전공명 유무가 실제 채용에서 미치는 영향 – 현실적인 한계인가, 오해인가?

무학과제가 ‘실패했다’는 주장의 상당 부분은 전공명이 없다는 점에서 비롯된 오해에서 발생한다.
대다수 기업의 채용 시스템은 아직도 ‘학과명’ 또는 ‘전공 일치도’를 기준으로 이력서를 선별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공기업, 대기업의 필기시험이나 자기소개서 평가에서 전공 연계성이 기준이 되는 경우, 무학과제 졸업생은 불리함을 경험하기도 한다.
서울대학교 실험학과 졸업생 중 한 명은 “입사지원 시 이력서에 어떤 전공을 적어야 할지 혼란스러웠고, 면접에서 ‘전공이 없는데 왜 이 분야에 지원했느냐’는 질문을 반복적으로 받았다”고 밝혔다.
반면, ** 스타트업이나 외국계 기업, 기술 중심 기업 등에서는 전공보다 프로젝트 경험과 문제 해결 방식에 더 큰 비중을 두는 경향 ** 이 강하다.
실제로 연세대학교 무학과제 졸업생 중 한 명은 자신이 설계한 디지털 헬스케어 프로젝트로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에 채용되었으며,
면접에서 “전공명보다 실제 기획과 실행 능력을 높게 평가받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무학과제가 채용에서 불리하다는 평가는 기존 구조에 머무른 조직 기준에서는 사실이지만, 미래형 산업 환경에서는 오히려 경쟁력 있는 배경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양면성을 갖는다.

무학과제는 실패가 아니라 '준비되지 않은 구조 속의 실험'

지금까지의 데이터를 종합하면, 무학과제는 절대적인 실패라고 단정할 수 없다.
오히려 진로 만족도, 직무 적합성, 창의적 사고 확장 측면에서는 기존 학과 중심 교육을 보완하는 실질적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만, 우리 사회의 제도와 인식이 아직 무학과제를 충분히 수용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채용 체계, 학사 행정, 사회적 프레임이 모두 ‘정형화된 전공’ 위주로 설계되어 있는 상태에서는 무학과제가 일시적인 혼란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무학과제는 단순한 교육 혁신이 아니라, 대한민국 교육 시스템 전반의 구조 개편과 함께 논의되어야 할 과제다.
이 제도가 실패가 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고등교육 정책, 기업 채용 정책, 대학 내부 지원 시스템 전반에 걸친 유기적 조정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교육 제도라도 ‘실패한 시도’로 오해받고 사라질 수 있다.
무학과제가 성공적인 대안으로 자리 잡기 위해선, 제도와 사회가 함께 바뀌는 용기 있는 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